아이돌그룹의 비애 '살아남는 자의 슬픔'
반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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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0 12:37
[마이데일리 = 최나영 기자] 아이돌그룹...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
올 상반기 음반시장을 양분했던 '아이돌 VS 뮤지션'의 구도가 하반기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등 뮤지션들의 음악적 역량에 못지 않은 아이돌 진영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대중의 욕구와 기호에 누구보다도 민감하며 때로는 대중의 취향까지 바꿔놓는 아이돌 그룹. 그러나 영원한 신화일 것 같기만 한 이들 역시 환한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구애 뒤에서는 누구못지 않게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슈퍼주니어의 멤버 강인은 최근 진행된 SBS '야심만만2-예능선수촌' 녹화에서 심각한 원형탈모를 감추고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2005년 슈퍼주니어로 데뷔 하기 전 머리 한 쪽에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머리가 빠진 것을 발견했었다"며 워낙 예민한 성격에 '과연 내가 데뷔는 할 수 있을까'란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시기라 20살을 갓 넘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원형탈모가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데뷔한 이후 더 심해졌다고. 강인은 "13명이나 되는 멤버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했다"며 이날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같은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에 대해서 느꼈던 콤플렉스에 대해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원조 아이돌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신화의 멤버 전진은 "나와 동완이형(신화 김동완)도 신화로 활동하던 시기에 스트레스가 심해 원형탈모를 겪었던 적이 있다"고 고백해 우리나라 아이돌의 비애를 느끼게 했다.
실제로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은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 멤버들간의 경쟁에서 뒤쳐지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고, 그룹 멤버들의 솔로 앨범 발매에도 있어서도 남모르는 신경전이 대단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가하면 전 샤크라의 멤버였던 황보는 얼마 전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샤크라 활동 당시의 비화들을 전했다.
샤크라라는 그룹의 콘셉트는 물론, 그룹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이었음을 털어놓은 황보는 "'인도그룹을 만들거다'라고 하셔서 머리와 피부를 까맣게 했다. 혼자 빈디(인도여성들이 눈 사이에 붙이는 것)를 붙였다"며 예상치 못한 이미지 콘셉트에 당황했음을 털어놨다. "노래도 안 시켰고 아무것도 안 시켰다"고 덧붙여 샤크라 활동이 다소 실망스러웠음을 밝혔다.
이후 룰라, 샤크라, 디바 등 여러 그룹의 가수들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 브로스 활동 당시에도 "랩만 시켰다. 신인이니까 시키는대로 했다"며 역시 브로스 활동에서도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었음을 전했다.
샤크라의 해체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각자의 길을 간 거다"라며 "다른 그룹들이 해체하면 왜 할까 몰랐었고, 사실 나도 샤크라가 해체될 줄 몰랐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였다. 나만 가수하고 싶었던 거더라"라고 대답한 황보의 말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또 다른 고민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서 '가수 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궁극적 목표가 가수가 아닌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속사나 대중이 바라는 모습이 가수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예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을 연기자가 되기 위한 중간 단계, 혹은 연예인이 되기 위한 데뷔 무대 쯤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90년대부터 다수의 가수를 키워낸 한 가요 관계자는 "이제는 가수가 노래만 하기는 힘든 현실이 됐다. 연기나 예능을 못하는 가수는 점점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돌 그룹의 비애에 대해 털어놓은 강인(왼쪽 위), 전진, 황보(아래). 사진 = SBS 제공, MBC 화면캡처]
(최나영 기자 nyny@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