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 조선인을 말살하자 잔인하게 죽여 나가자” 새해부터 혐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재일 한국 조선인을 말살하자 잔인하게 죽여 나가자” 새해부터 혐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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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 조선인을 말살하자 잔인하게 죽여 나가자” 새해부터 혐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가와사키시의 ‘차별 없는 인권존중도시 만들기 조례’ 제정을 위한 청원 캡처. 청원은 “증오 발언으로 누군가는 매일 언어폭력에 상처를 입고 목숨을 끊어버린 사람도 있다”면서 “증오와 공격을 막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건 일본인이다. 차별 방지 조례 제정은 다문화 공생 사회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에서 새해 첫 혐한 발언이 나왔다. 일본 극우세력의 혐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새해 첫날부터 “죽이겠다”는 도 넘은 발언에 현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6일 일본 가와가와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와사키시가 운영하는 ‘다문화 교류 시설’에 재일한국인을 겨냥한 협박 엽서가 도착했다. 배달된 엽서에는 “근하신년, 재일 한국 조선인을 이 세상에서 죽이자. 살아남는 이가 있다면 잔혹하게 죽여나가자”고 적혀있다.

엽서는 6일 새해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시 직원이 발견했다. 연하장 형태의 이 엽서는 새해 첫날 배달 된 것으로 보인다. 직군이나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올해 일본은 3일까지 연휴를 보냈다. 교류 시설도 연말연시 휴관에 들어가 이날부터 정상 근무가 시작됐다.

내용을 확인한 가와사키시는 서둘러 경찰에 신고하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해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재일 한국 조선인을 말살하자 잔인하게 죽여 나가자” 새해부터 혐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다문화 교류 시설에 도착한 협박 엽서. “근하신년, 재일 한국 조선인을 이 세상에서 죽이자. 살아남는 이가 있다면 잔혹하게 죽여나가자”고 적혀있다. 사진=가와가와신문 캡처

◆재일한국인 많은 곳 정확히 겨냥..오래전부터 지켜본 듯
협박범은 이 교류 시설에 대해 잘 아는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은 한국 등 여려나라 사람이 이용하는데 엽서는 재일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미술관 앞으로 배달됐다.

교류 시설은 지난 1988년 민족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재일한국인이 많이 사는 ‘사쿠라모토(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가와사키구)’에 설립됐다. 이에 재일한국인 이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협박범은 경찰 수사를 의식한 듯 필적을 숨기며 마치 자로 글자를 그리듯 메시지를 적었다.
이 시설은 지역 주민들이 다문화 가정 또는 사람들과 공생하고 가나가와시의 ‘선진적 인권시책(정책)’을 상징하는 곳으로 일본 전국에 알려졌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 협박범은 가나가와현 거주자가 아닐 수 있다는 추정과 범인을 특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재일 한국인 겨냥한 살인 협박, 용서받지 못할 증오 범죄”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 인권정책 상징’에 재일한국인을 말살하자는 협박 엽서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시민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기사와 온라인 등에 게재된 댓글 중 혐한 발언을 제외한 글을 보면 “역차별은 안 된다”,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 “시에서 조례를 정해 차별을 근절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게재됐다.

특히 신문은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써가며 협박범을 비판했다. 신문은 “살인을 선언하는 등 재일 한국 시민을 위협하는 용서받지 못할 증오 범죄가 일어났다”며 이 같은 “무서운 문구가 의미하는 건 같은 사람으로 보1지 않고 더불어 사는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박해의 의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언론이 혐한 시위를 외면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 짧은 기사로 처리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4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웃 국가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부딪칠 때도 있지만 민간교류는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정치적으로 마찰은 빚고 있지만 민간의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새해 첫날부터 냉각된 한일 관계에 찬물을 껴 얻는 혐오 발언이 나와 매우 유감스럽다. 시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세울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동준 기자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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