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쏠의 첫사랑 이야기

어느 모쏠의 첫사랑 이야기

익_j0e68y 3.7k 21.05.25
어느 모쏠의 첫사랑 이야기

5년? 6년? 은 지난 얘기야





내가 전역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전공 공부 말고도 뭔가 대외활동을 하고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우연히 알게 된 게 대학교 외부연합 봉사동아리였어.

초딩들 방과후 끝나고 오면 공부 봐주는 그런 활동이었음.

암튼 거기서 있었던 일이야.





우리 활동장소가 좀 외진 데 있어서 버스 노선도 몇 개 없고 처음 오면 길 잃기가 십상이야.

그래서 신입회원이 오면 고참회원이 가까운 정류장까지 마중을 나가서 데려오는 규칙이 있었어.

그 땐 나도 들어간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된 신입이었는데 원래 마중나갔어야할 사람이 사정이 생겨서 나보고 그걸 대신해달라면서 신입회원 번호를 알려주더라.

번호 받아서 기본적인 거 이거저거 알려주고 무슨 버스 타서 어디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줬지.





근데 올 시간이 됐는데도 안 오길래 버스를 잘못 탔기라도 했나 싶던 와중에 원래 내려야하는 정류장 한참 전에서 내렸다고 카톡이 오더라고ㅋㅋ.

네이버 지도 캡쳐해서 경로 그려가며 알려줬는데도 잘 못 알아듣길래 내가 간다고 한참 걸어가서 데려왔어.

원래라면 걸어서 왕복 5분 정도 밖에 안 걸릴 거리를 한 30분 썼나ㅋㅋ.

엄청 미안해하길래 아니라고, 그때 마침 포켓몬고 유행할 때여서 포켓몬 알도 까야 하는데 많이 걸어다니면 오히려 좋다고 미안해 하지말라 그랬지ㅋㅋㅋ.

이 밑으론 그 친구를 A라고 부를게.





그 날 처음 봤을 땐 별 생각 없었는데 그 이후로도 좀 자주 마주쳤어.

우리 동아리가 일주일 중에 하루를 선택해서 활동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서로 활동요일이 다른데도 어떻게 자주 마주치게 되더라구.

버스 타고 가면서도 만나고, 그 날만 사정이 생겨서 다른 요일 갔는데 또 만나고.

암튼 그러다 보니 자꾸 눈이 가게 됐음.





신입회원 환영회한다고 엠티도 가고 했는데 거기서 게임을 해도 어떻게 자꾸 엮이고 그랬음ㅋㅋ.

이건 일단 엠티 때 있었던 얘기야.

선발대는 저녁즈음에 먼저 도착해서 짐 풀고 고기 구워먹고 후발대 오기 전까지 방에서 밍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나도 A도 선발대였는데 마침 밥 먹을 때 옆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도 할 수 있었지.

방에 들어가서는 다같이 섞여서 놀았고ㅋㅋ.

그 즈음에 후발대로 출발한 다른 친구가 도착했는데 난 걔 밥 챙겨준다고 부엌 가서 고기 남은 거 구워주면서 나도 몇 점 주워먹고 그랬어.

그나마 늦게 온 친구가 그 안에서 나랑 친한 사이기도 했고, 모임 한복판에 껴있는 걸 못 견뎌하는 게 인프제 특성 때문이기도 했고고, 내가 식탐이 워낙 많아서 그랬기도 했고ㅋㅋ. (지금은 완전 돼지가 됐지만 당시엔 운동 열심히 해서 늘씬하고 몸매 좋았음)

근데 A도 어느새 은근슬쩍 나와서 같이 거들고 있더라ㅋㅋㅋ.

잘 먹는게 보기 좋더라고ㅋㅋㅋ





아 그리고 먹는거 하니까 생각 났는데 이 부분이 제일 운명적이라고 느낀 부분이야ㅋㅋ.

같은 테이블 앉아서 밥을 먹는데 내가 고기를 굽고 있었어.

시덥잖은 얘기하면서 김치를 올렸는데 얘가 자기는 배추김치 이파리 부분을 좋아한다고 그 쪽 위주로 달라는거야ㅋㅋ.

그래서 나랑 반대네 하고 잘라줬지. 난 이파리 말고 하얀 밑동부분을 좋아하거든.

식감이 아삭해서 그랬는지 난 어렸을 때부터 그 부분을 용감한 김치라고 부르며 좋아했어ㅋㅋㅋㅋ.





늦게 온 친구 밥 먹이고 나서는 다 같이 합류해서 밤새 술판을 벌였고.

근데 또 대학생들이 모이면 뭐하겠냐ㅋㅋㅋ.

술게임해야지. 근데 난 씹아싸새끼라서 술게임이라곤 눈치게임이랑 아이엠그라운드밖에 몰랐어.

반면 A는 학교에서 과대를 맡을 정도로 개인싸였단 말야.

옆에서 헤매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카톡으로 한글 파일 하나를 보내주더라ㅋㅋ.

학기 초에 신입생들 오면 술게임 가르쳐준다고 만들어놓은 큐시트? 같은 파일이었어ㅋㅋ.

덕분에 평소보단 더 버틸 수 있었음.





근데 사실 그 때까지도 내가 단순히 A가 예뻐서 끌리는건지 진짜 좋아하는건지 긴가민가했어.

난 첫눈에 빠지는 사랑은 외모만 보고 끌리는 거라 생각해서 안 좋게 보는 주의거든.

말도 안 되지만 그 땐 사랑에 빠지는 것도 이유가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ㅋㅋ.

암튼 그 일 이후에 학교에서 학식 받으려고 줄을 서있다가 내 차례가 되서 1인분씩 담아둔 김치그릇을 집어오는데 딱 A 생각이 난거야.

그 때부터 아 이게 사랑이구나 인정을 하게 됐어.

그 이후로는 정말 거짓말 안하고 하루 온종일 매순간 A 생각이 나더라.

심장병이라도 생긴마냥 시도때도 없이 두근거리고.





그 뒤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계속했지.

시덥잖은 핑계로 괜히 카톡하고, 원래 이모티콘 하나도 안 썼었는데 딱 걔가 좋아할 것 같은 이모티콘 사서 쓰고ㅋㅋ.

아니나 다를까 딱 지 취향이라고 따라사더라ㅋㅋ.

그 외에도 이모티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초코였나 그런거 막 보내면서 어떻게든 연락 한 번 더하려고 용을 썼음.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같은 동아리에 B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A랑 B랑 나랑 다 같은 신입이었어.

근데 가만 보니까 a랑 b랑 엄청 친해진 것 같더라구. 아 혹시 여태 글에서 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둘 다 여자야.

더군다나 B는 나랑 같은 아파트단지 살아서 종종 집에도 같이 가는 사이였어.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하루는 집에 가는 길에 B한테 혹시 A 남친 있냐고 물어봤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혹시 오빠 A 좋아하냐더라ㅋㅋ.

그래서 엄청 좋아한다고, 내가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본 적이 없다고 제발 좀 도와달라 그랬어.

그랬더니 지는 막상 모쏠인 주제에 이론은 빠삭한 연애박사라고 걱정 붙들어 매라더라구ㅋㅋ.





암튼 그거 계기로 B랑은 오히려 마음 터놓고 편하게 연락하는 사이가 됐어.

내가 작전을 세워서 물어보면 걔가 컨펌해주는 식이었지ㅋㅋ.

제일 기억에 남는 작전은 내가 전공 과제 때문에 원서로 된 책이 필요했는데

우리학교 도서관에는 딱 한 권 있는게 나가 있어서 그거 좀 대신 빌려달라고 부탁을 했지.

빌려주고 받고 하려면 최소 2번은 만날 수 있고 보답 핑계로 밥이라도 한 번 사줄 수 있고ㅋㅋ.

B도 그 얘기 듣고 나 진짜 천재 아니냐고 감탄하더라ㅋㅋ. 당시 모솔이었던 내가 생각해도 이건 개쩔었어.

근데 안타깝게도 A네 도서관에도 딱 한 권이 있었는데 그게 분실됐다더라구ㅋㅋ.

어쩔 수 없이 B한테 부탁을 했고 B는 같은 학교친구인 C라는 남자애를 시켜서 빌려다줬어.

C는 나랑 동갑이었는데 결국 밥은 C한테만 사줬음.

암튼 그 이후로 온갖 궁리를 했고 A 생일을 핑계로 어떻게 비벼보려 했는데 좀 부담스러워해서 기프티콘으로 대충 때웠어.

(생각해보니 걔 생일이 5월 이맘때였던 것 같다ㅋㅋ)





그 이후로 A가 부담 안 느낄만한 선에서 연락해보려고 한참을 꼼지락거렸음.

여태까지 선톡은 거의 나 혼자 했는데 막상 연락을 피하는 눈치는 아니었어.

근데 이 즈음에 또 B한테서 슬픈 소식을 전해들었어. A가 지금 남친은 없는데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시험기간에 같이 공부도 하는 꽤나 친밀한 사이라고 그러는 것 같다고. 도움 못 줘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그 때 살짝 마음을 접었지. 그렇게 예쁜 친구가 만나는 사람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괜찮으니까 미안해하지 말라고.





그런데 어느날 새벽에 갑자기 A한테 선톡이 하나 띡 오더라.

소개팅하고 싶다고. 소개팅 좀 시켜달라고.

여태 선톡을 거의 안하던 친구가 갑자기 왜? 그것도 이 늦은 시간에?

이게 무슨 뜻일까 하고 한참을 고민하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끝에 한참 있다 아침이 되서야 답장을 했어.

요새 많이 외롭냐고ㅋㅋ. 근데 나도 뭐 도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미안하다 그랬던 것 같아.





암튼 그 톡을 가지고 B랑도, 여기 등장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이랑도 엄청 토론을 했지.

며칠동안 빅데이터를 종합한 끝에 두 가지 경우의 수로 결론을 냈어.

첫번째는 A가 자기가 좋아하던 친구랑 잘 안 되서 이제 티오가 비었다고 지금 나한테 어필하고 있는거란 해석.

두번째는 암만 생각해도 난 마음에 안 드니 너 말고 다른 친구 소개시켜달라는 해석.





존나 고민하다가 그냥 행복회로 풀가동해서 첫번째 경우이길 바라면서 다시 애잔한 작업질을 이어갔지.

그러다가 또 큰 사건이 생겼어. 우리 동아리가 매년 여름에 애기들 데리고 2박3일 캠프를 가는데 그거 기획을 다 우리가 준비해야 했거든.

물론 동아리 회원들이 다같이 준비하는 거긴 한데 학교에서 팀플 하는 것처럼 팀 몇 개 나눠서 일을 나누고

각각 팀장 하나씩 뽑아서 팀장들은 대표로 한 달 넘는 시간동안 존나 구르는 행사야.

팀장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모여야 되고 같이 고생해야 하니 서로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일이지.

마침 거기에 나랑 A가 같이 뽑혔어. 이건 동아리 회장인 D의 전적인 권한이었고.





암튼 그렇게 첫번째 회의를 마친 날, 여느 때처럼 뒷풀이 회식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A가 회장 D한테 고민상담할 게 잇다며 회식은 다른 사람들끼리 하라고 먼저 보냈어.

뭔가 싸한 느낌이 돌았지만 그냥 알았다고 하고 나머지랑 같이 나왔지.

막상 나오니 분위기도 흐지부지해지고 회식도 없이 그냥 파했어 그 날은.





근데 다음날 갑자기 A네 팀장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더라.

존나 쎄하더라고 진짜ㅋㅋ. 백빵 나랑 관련이 있을 것 같았어ㅋㅋ.

암튼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 애써 모른 척하고 회의를 계속했지ㅋㅋ.





그러다가 그 일이 일어난 건 어느 주말의 일요일이었어.

벌써 촉은 다 왔지만 그래도 끝은 봐야되지 않나 고민을 하고 있다 마지막 승부수를 지른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승부수가 아니라 자폭버튼이었지만ㅋㅋㅋㅋ.

맨날 카톡으로만 연락하던 사이였는데 전화를 걸기로 한거야.

근데 막상 신호가 가니까 쫄려서 바로 끊어버렸어.

그런데 금방 다시 전화가 오더라구?? 받아보니까 왠 남자 목소리야ㅋㅋ.

그 때 이제 아 씨발 망했구나 싶었어ㅋㅋ.

여태까지 헛돌던 기어가 딱 맞아들어가는 기분이었지.





다짜고짜 그쪽은 누구시냐고 묻대ㅋㅋ.

존나 멘붕했지만 최대한 티 안 내려고 노력하면서 통화를 이어나갔어.

이거 A폰 아니냐고. 그러는 그 쪽은 누구시냐고.

그랬더니 A폰 맞는데 지가 먼저 물었다면서 기싸움을 하는거야ㅋㅋ.

그래서 난 같은 동아리하는 누구라고 얘기했지ㅋㅋ.

그러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A를 바꿔주는거야.

그러자 A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왜 전화했냐고 묻더라.

그냥 연락처 뒤지다가 잘못 눌렀다고 그랬어.

그걸 듣고는 아 그러시냐더라.

난 그래서 혹시 내가 실수한거면 미안하다고 하고 끊었던 것 같아.

다른 건 다 기억나는데 이 A와의 유일했던 통화만은 뭐라 그랬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ㅋㅋ.





다음날이 더 가관이었어.

그 때가 현충일이었나 대체공휴일이었나 암튼 평일인데 빨간날이었는데

팀장들 기획하던 캠프 때문에 현장답사 가는 날이었거든.

전 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D를 비롯한 다른 팀잠들과 함께 차 타고 강원도 어디 바닷가로 출발했지.

가서 하루종일 걷고 사진 찍고 돌아다니다 서울 돌아오니까 밤 9시쯤 되더라.

하루종일 날이 흐렸는데 마침 서울 도착하니까 비가 오더라구ㅋㅋ.

원래는 도착하면 다같이 고기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늦어서 또 다음으로 미뤘지.

헤어지는 그 순간 D를 잡고 물었어.

혹시 나한테 할 말 있지 않냐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있다고 대답하더라.

근처 카페 가서 한참 얘기를 꺼냈지. 어떻게 된 거냐고.





D가 말하길 자기도 몰랐는데 A가 동아리 들어와서부터 나를 비롯한 몇몇 남자들이 계속 대시를 받았대.

근데 문제는 A가 이미 남친이 있는 상황이었단 거지.

다른 애들은 대충 다 쳐냈는데 나만 끈덕지게 안 떨어져나갔다네.

A 말로는 남친이 좀 집착이 심해서 동아리 활동하는 것자체도 못마땅해 했대.

그러면서 내가 여태 쓴 작전(책 빌려달라고 부탁하기 등등)을 꺼내면서 특히 나를 의심했다네?

암튼 그거 때문에 동아리하면서부터 둘이 엄청 싸웠고 캠프 준비 팀장 맡기고 첫 회의하던 날도 남아서 했던 얘기가 그거였다는거야.

남친 때문에 여기 못 낄 것 같다고. 그래서 갑자기 팀장이 바뀐거였고. 그러다 마지막으로 터진게 바로 전 날 있었던 통화 사건이고ㅋㅋ.

그 날은 진짜 심하게 싸웠다더라.

암튼 난 나대로 있었던 얘기를 쭉했지.





결론은 A가 동아리를 나가는 걸로 났어.

우리 동아리 규칙 중 하나가 한 번 가입을 하면 최소 1년은 채워야 하는 거였는데 A는 4달? 도 못 채우고 나가게 된 거지.

더구나 D는 A랑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여서 더 친했는데 자기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내 잘못 아니라고 열심히 위로해주더라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막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한테 A는 무책임한 사람이 됐고 난 그것마저 너무 미안했어ㅋㅋ.





암튼 그 일 있고 카톡 하나 장문으로 써서 보냈지.

아님 답사 가기 전이었나? 몇 년 전 일이라 헷갈린다.

대충 순수하게 너무 좋아서 친해지고 싶어서 억지로 연락했던 거였는데 부담됐으면 미안하다고.

나 때문에 곤란해졌으면 정말 미안하다고 뭐 그런 내용이었어.

얼마 안 있어서 장문답장이 왔어.

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책임감 없이 나가서 미안하고, 난 남은 기간 열심히 활동하라 뭐 그런 내용이었지.





그 이후로는 연락은 안 했지만 카톡 프로필을 가끔 훔쳐봤음ㅋㅋ.

내가 원래 프사 하나 박아두고 몇 년동안 손도 안 대는 스타일이었는데

A는 가만 보니까 프사도 자주 바꾸고 상메니 프로필뮤직이니 자주 바꾸더라구ㅋㅋ.

그래서 동아리 활동 시작하면서부터는 나도 괜히 자주 손대고 그랬었어.

근데 그 일 있은 후에 A 프로필뮤직이 갑자기 바뀌더라고. 하나는 지디의 무제, 그 다음은 저스틴 비버의 love youself.





또 프사도 내가 찍어준 사진으로 바꿨어.

캠프 말고도 그 동아리에서 준비하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가 5월즈음에 있었는데 내가 사진 찍는 거 좋아해서 카메라 들고 가서 이것저것 다 찍어왔거든.

몇 백 장 찍은 거 중에 잘나온거 30장 정도 추려서 동아리 홈페이지에 올려놨었어.

근데 A는 지 독사진도 아닌 사진을, 내가 따로 준 적도 없는 사진을, 여러 명 나온 사진에서 자기 부분만 잘라서 프사로 해놨단 말이지ㅋㅋ.

인프제들이 어떤 놈들이냐ㅋㅋ.

사소한 거 하나하나에 의미부여하는 종족 아니냐ㅋㅋ.

잘 들리지도 않는 팝송 가사 해석해가며, 나에게 돌아오기가 두려울 거란 걸 안다는 지디의 목소리를 곱씹으며

혹시나 A가 나한테 무슨 싸인을 보내는 게 아닐까 행복회로를 돌렸어ㅋㅋ





그렇게 몇 달 있다가 갑자기 또 도저히 못 참고 나한테 할 말 없냐고 카톡으로 한 마디 띡 보냈는데

만 하루가 지나도록 1이 사라지지 않길래 그냥 차단해버렸어ㅋㅋ.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다ㅋㅋㅋ





암튼 다시 과거로 돌아와서 얘기야.

A 나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동아리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B한테 너 혹시 A 남친 있는 거 알았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도 몰랐대.

결국 그 동아리에서 A 남친 있는 건 아무도 몰랐던거야. 본인도 티를 전혀 안 냈고.

근데 그 후로 B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몸이 안 좋아서 당분간 활동 못한다고 몇 달 있다 돌아온다는 말만 남기고

그 후론 지금까지 연락두절이야ㅋㅋ.

D랑 나는 최소활동기간이 1년인 동아리를 각각 3년 2년씩 채우고 관뒀고. 그 후로 따로 연락은 안해봤어.

오히려 B 덕분에 친해진 C랑은 아직도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고ㅋㅋㅋ.





그 때 뭐 때문에 A가 나한테 정을 뗐을까 고민을 한참 해봤는데,

마지막 순간을 촉발시킨 전화 사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

같은 동아리 회원이지만 다들 카톡으로만 연락하지 친한 사이 아니면 폰번호는 모른단 말야.

물론 알아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홈페이지 뒤져서 알 수 있긴 한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

실제로 난 B 번호는 아직도 몰라.

A 번호를 안 것도 처음 만났던 날 우연히 알게 된건데

이건 A가 직접 알려준 게 아니라 D를 통해서 안거라 그 사실을 모르는 A 입장애선

저새끼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을까 하고 소름돋아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물론 카톡 차단하고 번호 삭제하고 몇 년이 흘러버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

옛날엔 수시로 카톡프로필 염탐하면서 찌질댔었는데ㅋㅋ

근데 내가 얼마 전에 폰 바꾸면서 데이터를 다 날려먹었단 말야.

연락처 복구한다고 이것저것 만지다가 차단친구들을 싹 풀어버렸어.

차단해제한 친구들을 자동으로 친추하겠냐고 뜨는 메시지는 아니라고 닫아버렸구.





근데 추천친구 목록 가니까 그 목록들이 좌르륵 뜨더라. A를 포함해서 말이야.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오랜만에 또 추가해서 주르륵 보는데

새로 사귄 남친이랑은 오랫동안 잘 만나고 있는 것 같더라ㅋㅋ.

몇 년 전 쓰던 프사들을 거의 다 그냥 두고 있더라구.

거슬러 올라가니까 옛날에 아직 동아리 활동할 때 쓰던 프사들도 그대로 있고ㅋㅋ.

근데 날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던 내가 찍었던 사진 크롭해서 쓰던 거랑

프로필뮤직으로 했던 지디의 무제는 내렸는지 못 찾겠더라구ㅋㅋ.

다른 건 거의 그대로 인 것 같은데ㅋㅋ





이제 와서 무슨 미련이 남았겠냐마는

그 때 걘 나에 대해서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지 너무 궁금해.

프사도 궁금하고 남친이랑 했던 얘기도 궁금하고 다 궁금하지만,

역시 제일 궁금한 건 왜 남친 있다는 사실을 안 알려준건지..

내가 발정난 개새끼도 아니고 그 얘기 하나만 들었으면 깔끔하게 마음 접었을텐데

왜 그거 하날 숨겨서 일을 그 지경으로 만든건지.

소개팅 얘기는 대체 무슨 얘기로 꺼냈던거지 너무 궁금함ㅋㅋㅋ.

너희 생각은 어떠냐??





재밌게 읽었으면 댓글 하나씩 달고 가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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