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종을 새롭게 해석했다.
▲숙종은 그간 사극에서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통해 그려진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대박'이 숙종 중심으로 돌아가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숙종을 통해 권력의 상징성을 그려내고 싶었다. '다른 게 뭐가 있을까' 문헌을 찾아보며 연구했다. 숙종에게는 여자가 9명 정도 됐던 것 같더라. 그런데 여자가 많았던 게 단순히 여성편력 때문이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아들 경종이 천식이 심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게 유전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숙종이 천식을 앓는 것처럼 설정했다. 잔기침을 많이 하고 목소리고 약간 쉰듯, 갈라진듯 설정했다. 촬영장에서 일부러 잔기침을 많이 한다. 또 숙종이죽을 때 목 뒤에 혹이 나 있었다는 기록을 보고 혈액 순환이 안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숙종이 여자가 많았던 것이 사실은 폐가 약하고 몸이 찬 남자이기에 여자에게서 따뜻한 기운을 얻고자 그랬던 게 아닐까 상상했다. 또 숙종은 성격이 예민하고 괴팍했던 것 같은데 그게 다 몸에서, 건강의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해석했다.
그간 숙종은 궁중 암투에 휘둘린 왕으로 주로 그려졌는데, 이번에는 숙종의 입체적인 모습, 숙종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나서고 싶었다. 3부에서는 숙종이 안경을 쓰고 나온다. 내 아이디어다. 찾아보니 숙종이 왕 중에서 안경을 가장 먼저 썼더라. 그래서 소품팀에 말했더니 안경박물관에서 구해왔더라.
--왕의 구레나룻이 특이하다. 비주얼부터 차별화된다.
▲사극 속 왕의 모습은 단정하고 깔끔한 전형적인 모습이 있다. 이번에도 우리 분장팀과 연출팀은 내게 그런 모습을 요구했다. 그런데 왕도 사람 아닌가. 개성이 있고 흐트러진 모습도 있을텐데 너무 고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고종도 사진을 보면 용포를 기워 입은 흔적이 있더라.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 구레나룻이고 내 머리로 상투를 틀었다. 분장용 털을 붙인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수염도, 머리도 길렀다. 사람으로서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왕이라고 정좌한 자세로만 앉아있지 않았을 것 아닌가.
--왕이 여자를 탐해 투전판에까지 끼었다.
▲남자의 본능이랄까. 13살에 왕이 돼 하늘 꼭대기에서 살던 자에게 삶의 재미가 뭐가 있을까 싶다. 그런 왕에게 오랜만에 가슴을 뛰게하는 여자와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실제로 숙종이 변복을 하고 많이 다녔다고 하니 상상의 에피소드지만 아주 황당하지는 않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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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숙종은 주로 장희빈을 다룬 드라마에서 등장해
조금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민수는 기록까지 찾아보면서 자신만의 숙종을 구축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