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는 그만" 사건기자가 말하는 한강 대학생 사건

"받아쓰기는 그만" 사건기자가 말하는 한강 대학생 사건

- 한강 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로 발견된 고 손정민씨 사건에 이목이 집중됐다. 어떻게 지켜봤나?


"명확한 (타살)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손씨 아버지로서는 여러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아버지 입만 따라다니는 언론이 오히려 손씨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지금은 시의성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족들만 남는다. 그들만의 시간이 왔을 때 겪을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컸던 만큼 가족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


- 손씨 친구 A씨가 마치 범인인 양 몰아가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어떤 사건에서 합리적 근거를 갖고 보도한 뒤 의심이 가는 대상에게 해명을 요구할 수는 있다. 한 매체가 새 팩트를 보도하면, 뒤따르던 다른 매체가 더 나아간 팩트를 보도하고, 그런 식으로 사건 진상이 파악되곤 한다.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 단순히 경찰 수사 발표만 받아쓰기보다 기자가 새 팩트를 경찰에 던지고 제대로 수사하는지 감시하는 취재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무조건 '너 범인이지, 빨리 말 안 하냐'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보도가 적지 않다. 손씨 아버지 블로그도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이다. 그걸 중점적으로 받아쓰면 곤란하다. 언론이 사건 해결보다는 조회수 늘리기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씁쓸한 뒷맛만 남기고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22세 대학생 손정민씨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누리꾼들은 손씨와 술을 늦게까지 마신 친구 A씨를 명확한 근거 없이 용의자로 의심했고,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는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손씨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물음표는 기자 본인에게 던져야 한다. 독자들에게는 느낌표를 줘야 한다"며 "언론 보도를 보면, 의문형 제목들이 너무 많다. 근거 없는 의문과 의혹을 남발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해서 결과와 해답을 독자에게 전달해야지, 궁금한 것을 독자에게 물어보는 기사는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 언론사에서 사회부나 사건을 다루는 부서는 인기가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기자생활 대부분을 '사건'에 쏟았다.


"실제 현장 가는 기자가 별로 없다. 귀찮아한다. 현장을 가면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은 더 그런 것 같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기자가 현장에 가면 비용이 든다. 밥값, 차량비, 숙소 값을 대줘야 하니까. 2008년 강호순 사건 때 내가 현장에서 최고참이었다. 고작 40대 초반이었는데 말이다. 이것도 오래된 시절 이야기 아닌가. 현장에서 '네,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인증할 뿐이지…. 현장과 기사가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런 제도권 언론에 실망했기 때문에 1인 유튜버들이 득세하는 것 아닐까 싶다. 현장을 가지 않는 기자들이 연차가 쌓여 보도·편집 데스크가 되면, 자기 후배들에게 무엇을 지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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