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고사례집 실린 전설의 여군 SSUL

국군 사고사례집 실린 전설의 여군 SSUL

익_3ti7k6 170.9k 17.04.13
전에 군대썰에서 얘기했지만 나는 08군번 상무대 출신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특히 햄갤은 전현직 장교들이 꽤 있는 것 같으니) 상무대는 매우 큰 규모의 교육부대지. 기, 보, 포, 공, 화 다섯 개 육군학교가 다 모여서 상무대라는 거대한 종합부대를 이룸.

일단 상무대는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기 때문에 차량이 없으면 광주 같은 주변도시들과도 상당히 유리 된, 즉 주변에 인적이 드문 입지를 가지고 있음. 그리고 그 거대한 상무대 부지 중심에 상무회관이라고 군부대 어디에나 있는 군대식 상업건물이 있음.

암튼 상무대는 매 분기마다 수천 명의 교육생들이 오고가는 번잡한 곳임. 그 중 ROTC 여군소위들, 초군반 교육을 받으러 온 쪽에서 일이 터짐. 인원점검을 하는데, 곳곳에서 인원이 안맞는 거야. 오늘은 A학급이 B교육장에서 인원이 안 맞고, 내일은 C학급이 D교육장에서 인원이 안맞고, 그러다 어느 순간 보면 다시 정상인원으로 돌아와 있고.

당연히 여군 교육 맡은 교관들부터 훈육장교들, 현장에서 인원체크하고 보고하는 우리 조교들까지 개 비상이 걸렸음. 더 무서운 건, 인원부족이면 차라리 괜찮아 어디 죽었거나, 탈영이니까. 근데 그게 아니라 인원이 '많았다'는 것. 그것도 매번 딱 '한 명'씩. 그야말로 '고스트 솔져'.

이게 "한 명 뭐가 있는 것 같다."라고 보고가 올라가자마자 원 사건이 터진 보병교뿐만 아니라 상무대 다섯 개 학교 전체에 비상이 걸림. 상식적으로 이 큰 부대에 시벌 신원미상인 정체불명의 인간인지 귀신인지 하나가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는 거 아녀.

당시에는 진짜 원혼설 같은 미신잡것스러운 얘기도 돌 정도로 충격과 공포였음. 시벌 '우리 학급에 인원수가 한 명 많아요...' 같은 건 어릴 적 학교공포담에나 나오는 거 아니었냐.

이렇게 계속 같으면 아마 상무대는 '저주받은 부대'로 토요미스테리 같은 데 나왔겠지만 결국 해결은 됨.

- 길어지니까 후편으로 계속 -



결국 범인은 잡힘. 근데 드러난 실상은 더 충격과 공포였음.

한동안 상무대 전체에 뭔가 공포스러운 기운이 돌던 그때, 여군 초군반 훈육을 맡은 여군 대위가 자기 학급 인원이 한 명 더 많다는 걸 발견함. 교육시간에 군기불량 사유로 소위 하나를 갈구고 있었는데, 인원확인하니 인원이 안맞는 거야.

근데 그건 이상함. 기본적으로 자기랑 한 달 이상 같이 생활한 애들이고 훈육장교가 얼굴 못 알아보는 이상 인원은 그 중에 없었음. 그래서 보고를 타고 위로 올라갔는데.

그날 밤에 보병교 초군반 숙소로 헌병대 추포조 출동하고 난리가 남.

군기불량으로 훈육장교한테 지적 받았던 그 여군 소위.
군적에도 기록에도 없는 사람이었던 거야.

한 일주일을 온 부대 헌병대란 헌병대는 다 출동해서 이 잡듯이 부대 부지 내를 수색한 결과. 범인은 부대 중앙에 위치한 상무회관에서 잡힘.

알고보니 그 여군소위는 소위가 아니라 가출청소년 이모양 (가명). 광주에서 가출한 그녀는 상무대 입구 앞 군장점에서 여군 소위 복장을 맞춰입고, 원래부터 외부인 방문이 잦은 부대 특성을 이용. 면회객 사이에 끼어서 부대로 잠입.

그 후 그녀는 낮에는 여군 초군반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교육도 받고 보급품도 지급받으면서 지내고, 밤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는 상무회관에 숨어들어 잠을 청하는 생활을 해왔던 거임.

심지어 그녀를 지도한 교관들과 훈육장교들은 이 범상치 않게 똘똘한 소위에게 학급장까지 맡길 정도였다. 군생활 전나게 잘 한거지.

그리고 조사로 밝혀진 그녀의 부대잠입생활 기간은...


무려 1년 반.


이쯤되면 원한서린 귀신보다 무섭고, 칼리두스 어세신 뺨따구를 왕복으로 날리며, 북파공작원 어버이 되시며, 명령만 있으면 내래 김돼지 목 따오실 메탈기어솔리드 스펙.

심지어 그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남장교들을 상대로 몰래몰래 성매매까지 해오고 있었음...

그리하여 전설의 이모양은 국군사고사례 전집에도 당당히 국군 레전설 중 한 명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음. 상무대 역사상 최악의 사건인 건 두 말 할 것도 없고.



출처 http://m.cafe.daum.net/dotax/Elgq/1683708?listURI=%2Fdotax%2FElgq%3FboardType%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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