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를 기억하게 할 다섯 장의 앨범

2017년 상반기를 기억하게 할 다섯 장의 앨범

익_7t43sb 21.5k 17.07.13

태연·언니네·도끼... 2017 상반기, 이 음악 있어 행복했다


2017년 상반기를 기억하게 할 다섯 장의 앨범

휴대폰 속 달력을 보다가 문득 '올해가 시작된 것도 엊그제 같은데...'라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엊그제 같다'라는 말을 썼을까? 뉴스 라이브러리를 검색해보니 50년 전 사람들도 '엊그제 같다'라는 말을 쓰곤 했었다. 까마득한 시절의 사람들도 훌쩍 지나 가버린 시간을 바라보며 후회를 반복했으리라.

눈 깜빡할 사이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2017년이 시작된 이후, 필자는 단 하루도 음악과 함께 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음악은 단순히 귀를 머물다 가는 손님이 아니다. 음악을 듣던 순간의 '나'를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이며, 생판 모르는 남인 뮤지션과 교감할 수 있는 수단이다. 상반기 가장 인상적이었던 다섯 장의 음반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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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 블루보이

언니네 이발관 - <홀로 있는 사람들>

이석원의 허풍에서 시작된 23년의 여정이 <홀로 있는 사람들>과 함께 끝을 맺었다. 고뇌 끝에 탄생한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홀로 있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끝맺음하는 정서는 '연대'와 '희망'이다. 그래서 첫 곡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와 마지막 트랙 '혼자 추는 춤'은 완벽하게 조응하고 있다. (이석원이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사진을 접한 후 가사를 고친 끝에 완성된 곡이 바로 '혼자 추는 춤'이다.) 

이 앨범이 언니네 이발관의 최고작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앨범은 '꿈의 팝송'을 아름답게 완성하는 작품이다. 언니네 이발관은 이 앨범을 끝으로 모든 음악 활동을 마감한다. 작년 어느 가을밤, 이석원이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곡 : 홀로 있는 사람들, 누구나 아는 비밀(With 아이유), 혼자 추는 춤
(되도록 앨범은 트랙 순서대로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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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치마
ⓒ 하이그라운드

검정치마 - 

이 앨범이 뜨거운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 근거한다. 첫 번째는 언니네 이발관처럼 너무나 오랜만에 나온 신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 앨범이 사랑을 그려내는 방식이 몹시 탁월하기 때문이다. 조휴일은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실처럼 가늘 때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라고 노래한다. 사랑에 빠진 순간, 우리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는 30곡의 노래를 세 장의 앨범에 나누어 발표하는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수록곡들은 컨트리와 신스팝, 록 등 여러 가지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이라는 메시지만큼은 일맥상통한다. 조휴일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명징하게 귀에 들리는 것으로,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려냈다. 많은 팬이 기대하던 검정치마 특유의 '발칙함'은 다음 앨범에서 기대하자.


추천곡 : Big Love, 다이아몬드, 내 고향 서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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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연
ⓒ SM 엔터테인먼트

태연 - 

(OST를 제외하고) 솔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태연은 줄곧 '대중이 태연에게 듣고 싶어 하는 노래'가 아니라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 왔다. 그런 의미에서 태연의 첫 정규 앨범 는 물오른 기량을 마음껏 펼친 태연의 '독무대'다. 엘리 굴딩을 연상케 하는 신스팝부터 얼터너티브 록, 블루스, 트로피컬 하우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10년간 꾸준히 달려온 태연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게 한다.

추천곡 : Cover Up, Time Lapse, 수채화(Love In Color)

이미지 원본보기2017년 상반기를 기억하게 할 다섯 장의 앨범▲  도끼ⓒ 일리네어 레코즈
도끼 - 


'한국에서 나보다 랩 많은 래퍼 있으면 나와'라는 가사가 보여주듯이, 도끼의 작업량을 따라잡을 래퍼가 몇이나 될까. 은 도끼가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발표한 믹스테이프다. 동시에 도끼가 지금까지 발표한 수많은 작업물 중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앨범이다. 다양한 분위기를 오가는 그루비룸의 비트는 도끼의 랩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수록곡 'Hiphop Lover'의 이 구절은 '힙합 순수주의자'이자 '힙합 팬'인 도끼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힙합이 싫으면 너희들은 왜 힙합 해
힙합을 사랑하는 척 다들 힙 Pop 해
나는 래퍼이기 전에 진짜 힙합 Fan"        
- 'Hiphop Lover' 중

추천곡 : Ambition & Vision, Roller coaster(Feat. 조원선), Hiphop Lover

이미지 원본보기2017년 상반기를 기억하게 할 다섯 장의 앨범▲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영기획
신해경 - <나의 가역반응>

시인 이상의 본명 '김해경'에서 이름을 빌려온 신해경의 첫 EP. 이 앨범을 듣다 보면 마이 블러드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이나 슬로우다이브(Slowdive), 지저스 앤 메리 체인(The Jesus And Mary Chain)같은 이름들이 머리를 스쳐 간다. 그러나 결국에는 '신해경'으로 돌아오게 된다.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기타 노이즈, 그리고 극적인 곡의 구성은 심연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이 이어지지만 지루하지 않다. 신해경과 <나의 가역반응>은 최근 한국 인디씬에서 가장 신선한 충격이다.

추천곡 : 몰락, 모두 주세요, 화학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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