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중국이 구한다?’…‘중국판 람보’ 최고 흥행기록

‘세계는 중국이 구한다?’…‘중국판 람보’ 최고 흥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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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미 용병과 싸우는 중 군인 그린 영화 ‘전랑’ 
개봉 13일 만에 5700억원 수익 올려…역대 최고 기록

‘세계는 중국이 구한다?’…‘중국판 람보’ 최고 흥행기록

중국 극장가가 애국주의로 뜨겁다.

영화 <전랑(중국명 잔랑·戰狼)2>가 개봉 13일 만인 8일 34억위안(약 5700억원)의 수익으로 중국 역대 개봉 영화들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고 <인민일보> 등이 보도했다. 이전까지 최고 흥행기록 영화는 저우싱츠(주성치) 감독의 <미인어>(33억9천만위안)였다. <전랑2>는 4시간 만에 1억위안(약 165억원), 85시간 만에 10억위안(약 1650억원)의 수익을 돌파했고, 매일 2억위안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신기록 행진을 세워왔다.

‘늑대 전사’라는 뜻의 <전랑>은 ‘중국판 람보’ 또는 ‘중국판 태양의 후예’로 불릴 만하다. 액션 배우 우징이 각본·감독·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전직 중국 특수부대원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용병들과 싸우면서 학살 위기에 처한 현지 난민과 중국인들을 구출하는 내용이다. 현지인들을 돕는 중국인 의사가 여주인공이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화려한 특수효과와 액션 장면들 사이에 ‘중국의 굴기(급부상)’를 보여주는 내용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홍보 문구 자체가 ‘중국인을 해치는 자, 아무리 멀더라도 반드시 처형한다’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낯익은 줄거리이지만, 중국인 영웅과 미국인 악당으로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다. 미국 배우 프랭크 그릴로가 연기하는 악당은 피도 눈물도 없는 미국인 용병이다. 아프리카 국가에 혼란이 벌어지자 미국은 도망치듯 철수하지만, 중국은 군을 파병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 중국의 외교정책을 찬양하고, 아프리카에서 서구 국가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코드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제 세계는 중국이 구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영화는 중국 여권 위에 새겨진 ‘해외에서 위험한 일을 겪게 돼도 포기하지 말라, 기억하라, 당신의 곁에는 강대한 조국이 있다’는 문구로 끝난다. 감독이자 주연인 우징은 한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관중의 마음 속에 애국심이 감춰져 있었다. 이런 정서가 영화와 주인공을 통해 배출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상황은 이 영화를 훨씬 실감나게 한다. 영화는 중국이 아프리카 지부티에서 최초로 해외 군사기지를 운영하기 시작한 지 꼭 1주일 뒤 개봉했다. 인민해방군 창설 90주년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이 네이멍구 군사기지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한 분위기와도 맞물렸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도 연일 ‘전랑 현상’을 조명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8일 이 영화의 흥행기록 행진을 전하면서 “뜨거운 피의 영웅과 국가 정서의 조합은 미국 할리우드 대작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영화의 것이기도 하다. 34억위안의 흥행기록은 관중이 중국식 영웅을 지지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중국 극장가 흥행 2위는 중국인민해방군 창설을 다룬 <건군대업>(建軍大業)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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